"확인해 드릴 수 없다"만 반복하는 국방부 브리핑, 2026 국정감사가 짚은 진짜 문제

 국방부 정례브리핑에 나가보면 유독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확인해 드릴 수 없습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답변드리기 부적절합니다, 그리고 확인한 후 답변드리겠습니다라는 말들입니다. 하나하나만 떼어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군사 기밀이 걸린 사안이라면 당연히 즉답을 피해야 하고,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라면 섣부른 확정 발표가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표현이 기준 없이 너무 자주 반복될 때 생깁니다. 2026년 10월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1. 국정감사에서 반복 지적된 네 가지 표현

이번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나선 것은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었습니다. 천 의원이 지적한 핵심은 국방부 공보 라인이 쓰는 표현 자체가 아니라, 그 표현을 쓰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질의에서는 답변이 제한됩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확인해 드리기 부적절합니다, 확인한 후 답변드리겠습니다라는 네 가지 표현이 반복해서 언급됐습니다. 이런 표현이 군사보안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곤란한 질문을 피하기 위한 것인지 외부에서는 구분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특히 공보 담당자가 바뀌어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공식 답변 기준, 즉 매뉴얼이나 지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2. 대변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

이 논쟁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지적의 초점이 특정 개인의 태도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답변 체계에 맞춰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26년 6월 전쟁기념관의 항미원조 표현 논란 당시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답변드리겠다는 취지로 답했고, 이후 당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감사를 지시했으며 국방부는 이를 중대한 과오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안규백 전 장관은 2026년 8월 31일 교체됐고, 강신철 현 장관은 같은 해 9월 16일 인사청문회를 거쳐 취임했습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여러 차례 바뀌는 동안에도 답변 방식에 대한 불만이 계속 제기돼 왔다는 것은, 특정 발언자의 자질 문제라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디까지 답할지에 대한 조직 차원의 기준이 없었다는 해석에 힘을 실어줍니다.

3. 항미원조 논란, 반복되는 답변 패턴의 실제 사례

이런 지적이 단순한 트집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전쟁기념관의 6·25전쟁, 서로 다른 해석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2026년 5월 30일부터 전쟁기념사업회 누리집에 공지된 이 프로그램은 한국과 중국의 소년이 나란히 서 있는 포스터를 통해, 한국 쪽에는 태극기와 6·25전쟁을, 중국 쪽에는 오성홍기와 항미원조라는 문구를 배치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항미원조는 중국이 자신들을 미국에 맞서 조선을 도운 쪽으로 규정하며 쓰는 표현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전쟁기념사업회는 당일 오전 해당 포스터를 삭제했고, 이후 프로그램 자체도 중단됐습니다.

사진: 전쟁기념관 누리집 캡처, 한겨레(hani.co.kr) 인용, 2026년 6월

4. 군사보안과 국민 알 권리, 법은 어떻게 선을 긋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은 국가안전보장, 국방, 통일,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같은 법 제9조 제3항은 공공기관이 이런 비공개 대상 정보의 범위에 관한 세부 기준을 수립하고 공개해야 한다는 의무도 함께 두고 있습니다. 법은 군사보안을 이유로 답변을 제한할 근거를 주면서도, 그 기준 자체는 미리 정해서 알려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셈입니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문제의식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비공개 사유가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사유를 적용하는 세부 기준이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돼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5. 확인한 후 답변드리겠습니다, 그다음이 없다

국정감사 질의에서 특히 자주 언급된 문제는 후속 답변의 부재였습니다. 브리핑 자리에서 확인한 후 답변드리겠다고 말해놓고, 실제로는 그 이후 답변이 돌아오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이는 단순히 불친절한 응대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기관이 국민과 언론에 대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성 문제이기도 합니다. 일단 유보성 답변으로 그 자리를 넘기고 나면 그걸로 끝나버리는 구조라면, 애초에 그 유보가 진지한 확인 절차였는지조차 검증할 방법이 없어집니다.

6. 참고로 언급된 미국 국방부의 방식

질의 과정에서 비교 사례로 미국 국방부의 운영 방식이 소개됐습니다. 즉답하지 못한 질문들을 별도로 목록화해서 관리하고, 담당 부서와 협의해 실제로 답변이 이뤄졌는지를 추적 확인한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이는 질의자가 소개한 내용이며, 미 국방부의 내부 절차 전체가 공식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개선 절차는 대략 이런 흐름입니다. 즉답하지 못한 질문을 우선 기록하고, 담당 부서를 지정해 사실관계와 보안 검토를 거친 뒤, 일정 기간 안에 후속 답변을 제공하고 완료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 역시 제안 차원의 아이디어이며, 국방부가 실제로 이런 절차를 도입했다는 공식 확인은 없는 상태입니다.

7. 장관의 답변, 그리고 남은 과제

이번 국정감사에서 강신철 장관은 이런 지적에 대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시스템의 문제라는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취임 이후 이런 측면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고, 국방위 회의 이후 후속 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하며 언론 대상 후속 답변 관리를 시스템적으로 보완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다만 이런 발언과 실제 매뉴얼의 제정 및 시행 여부는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발언 시점에 매뉴얼이 실제로 만들어졌는지, 언제부터 적용되는지는 별도로 확인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8. 바뀌어야 할 세 가지

이번 논란을 통해 드러난 과제는 대략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답변 제한 사유를 구체화하는 일입니다. 군사보안, 개인정보, 조사 진행 중, 사실관계 미확인이라는 각각의 상황은 성격이 전혀 다른데도 현장에서는 비슷한 표현으로 뭉뚱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사유로 답변이 제한되는지 구분해서 밝히는 것만으로도 신뢰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둘째는 후속 답변에 대한 책임과 처리 상태를 관리하는 체계입니다. 확인 후 답변드리겠다는 말이 실제 이행으로 이어지는지 추적할 장치가 있어야 그 말에 의미가 생깁니다. 셋째는 공개 가능한 정보는 최대한 설명하는 태도입니다. 확인된 사실과 비공개로 남겨야 할 부분을 분리해서, 공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성실하게 설명하는 것이 군사보안을 지키는 일과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9. 질문

국방부가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답하는 것 자체가 위법한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는 국가안전보장과 국방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 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공개 자체가 아니라 그 적용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점입니다.

전쟁기념관 항미원조 논란은 어떻게 마무리됐나요. 논란이 된 포스터는 당일 삭제됐고 이후 해당 교육 프로그램은 중단됐습니다. 다만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국방부가 답변 매뉴얼을 실제로 만들었나요. 장관이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은 사실이지만, 공식 매뉴얼의 제정이나 시행 여부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발언과 실제 제도화는 구분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10.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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